조각글

손을 잡다

273자

아무것도 없는 세계에 네가 나타났다. 나조차도 사라진 세계에 네가 발을 들였다. 나로서는 짐작하기도 힘든 고난들을 겪고, 다른 무엇도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해 와주었다. 피투성이가 된 나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손을 내밀었다. 조금은 슬픈 음성으로 도와주겠다 말했다. 갑작스레 나타난 너지만, 어쩌면 나는 줄곧 너 같은 이를 기다린 것일지도 모른다.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내 마음 한 켠에 너라는 기쁨이 들어왔다. 내밀어진 너의 손을 보며 처음으로 감정이 생겼고, 하얀 너의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