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
미안해요, 그렇게 시작된 너의 이야기를 믿고 싶지 않았다. 속삭이듯 내뱉는 수많은 이야기들. 너를 믿고자 했으나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너를 위해서라면 죽음마저 기꺼웠던 나의 마음에는, 아주 작은 의심이 피어났다. 지금의 너는 정말로 너인가? 꿈이라 생각하고 싶건만, 이어지는 속삭임에 눈을 감고 말았다. 너는 더 이상 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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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너를 만났던 날, 나에게 다가온 너를 의심했다. 무언가 원하는 게 있을 것이라고, 너 또한 같은 족속일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새겨넣었다.
그러나 너는 달랐다. 그저 순수한 호의로 다가왔고, 나 또한 그런 너에게 마음을 열었다. 아, 그것은 예정된 파멸이었던 것이다.
나는 너를 믿게 되었고, 너 또한 나를 믿었다. 서로의 곁에서 멀어지지 않으며 때때로 온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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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품게 된 것은 운명이었고, 필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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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결국 너도 같은 족속이었던 것이다. 호의를 가장한 동정, 혹은 두려움.
네가 나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기꺼이 모든 걸 바치겠다 마음 먹었건만, 고작 몇 달로 끝나게 될 맹세가 될 줄은 몰랐다.
너를 믿었다. 갑작스러운 너의 사과에도, 어떤 미래가 예정되었는지 알면서도. 나는 너를 믿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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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끝은 이런 식이다. 갑작스럽고도 익숙한, 그러나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결말이다.
너는 나를 버렸고, 나 또한 나를 버렸다. 의심을 품은 나는, 너와 같이 달라졌다. 너 또한 네가 아니듯, 나 또한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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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너를 모른다. 어제의 너도, 그제의 너도. 수없이 많은 과거의 너를 모른다.
너 또한 모른다. 어제의 나, 그제의 나. 어쩌면 먼 미래의 나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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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란 그런 것이다. 한순간 깨져버리는, 마치 꿈과 같은 조각들. 누군가에게 내어줄 수 없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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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나에게 사과한 순간, 나의 조각은 가슴에 박혔다. 의심이라는 독을 품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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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래는 이것으로 끝난다.
그럼에도 너를 원망하지는 않는다. 파멸은 온전한 나의 것이었고, 너에게 안주된 미래는 파멸이 아니기에.
그렇기에 이 조각을 품고 잠들려 한다. 오로지 너의 미래를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