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메모

나는 괴담에서 자랐으나 분명 인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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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과 현판 (중 헌터물)에 괴담 섞인 세계. 나는 유년시절을 괴담에서 지내고, 성인이 되기 직전에 스스로의 힘으로 탈출한 인간이었음. 괴담 속에서 살았기에 평범한 인간은 물론이고 각성자인 인간들과도 다른 '이상한 힘'이 몇 있었음. 괴담의 일부만 보아도 그 괴담이 어떤 괴담인지, 어떻게 인간을 홀리고 잡아먹는지, 어떻게 해야 탈출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능력도 그 중 하나였음. 그 능력을 이용하여 어느 각성자 집단에 들어갔고, 사람들을 구하며 나름대로 평온한 일상을 보냈음.

 

그러던 어느 날, 그 집단에서 단체로 휴가를 받아 지방으로 내려가던 날에, 나는 나의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 괴담을 발견하게 됨. 아직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기에 급히 떠나려 했는데, 하필 그 타이밍에 나의 라이벌이 나타남. 괴담을 등지고 도망치는 게 나답지 않다며 핀잔을 주는 그에게 제발 도망치자고 외치고 싶었음. 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기에 어떻게든 그를 끌고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음. 다른 괴담이라면 모를까, 그 괴담에는 절대로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음.

 

그러나 당연하게도, 아무런 설명도 듣지 않고 괴담을 등질 라이벌이 아니었기에. 결국 괴담이 활성화되고, 나와 그는 그 끔찍한 괴담 속에 빠지고 말았음. 현실과 아주 유사한, 그렇기에 괴담임을 망각하고 안주하게 만드는, 그 끔찍한 괴담 속에.

 

괴담에 빠지자 마자 날 반겨준 것은 아주 거대한 빌딩이었음. 한때 내가 미래를 꿈꿨던, 언젠가 그 일원이 되어 일하고 싶다 말했던 건물. 그리고 그 건물엔... 나의 친구였던 것도 있었음. 그것을 마주치고 싶지 않았기에, 라이벌을 재차 끌어당겼음. 그는 내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보고 무언의 위험을 느낀 것인지, 이번에는 조용히 날 따라왔음.

 

그러나 이번에도 기어코 늦고야 말았음. 건물에서 나가려던 찰나, 익숙한 얼굴이 나에게 인사를 건넴. 내 이름을 부르며,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 끔찍한 존재를 드러냄. '나의 친구였던 것'. 그것은 나를 아는 체하며 다시 빌딩 내로 데려가려 했음. 그것이 나를 인지한 이상 나는 도망칠 수 없었고, 그것이 나를 이끄는 대로 그렇게... 제발로 수렁에 들어가야만 했음.

 

라이벌은 '그것'도 괴담에 홀린 인간이 아니겠냐고, 나를 알고 있으니 괴담의 바깥에서 온 인간이 아니겠냐고 했지만...... 어떻게 말할 수 있겠음. 나는 사실 괴담에서 살다 탈출한 존재라고. '그것'은 내가 괴담 속에 있을 적 만난 끔찍한 것이라고. 그걸 내가 어떻게 말할 수 있겠음.

 

라이벌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색을 읽은 듯 입을 다물었지만, 그가 아무리 눈치가 빠르다 한들 그런 사실은 읽어낼 수 없을 게 분명했음. 내가 스스로 털어놓거나, 그게 아니라면 그가 이 '세계'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는 것만이 답이었음. 둘 다 가망없는 일이었기에 나는 그저 침묵했음. 라이벌이 나에 대해 알지 못하기를 바라며, 그러나 이 세계를 알고 나를 괴롭게 만들지 않기를 바라며. 그 모순된 것을 소망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