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온기를 느끼는 남자와의 사랑
꿈에서 세트 같은 체형의 남자랑 알콩달콩 살벌한 로맨스를 즐겼어. 다른 영혼한테 몸을 뺏겨서 내 영혼이 튕겨나온 적도 있는데, 영혼까지 찢길까봐 무서워서 그 남자한테 날아갔어. 몸을 꽉 껴안았는데 정말... 감촉이 좋더라...(?)
원래라면 산 사람은 영혼을 보지도 못 하고 만지지도 못 해야 하는데, 그 남자는 내 온기를 느끼고 같이 안아줬어. 한손으로 허리를 감싸안았는데 정말... 손이 컸어... 내 허리가 그리 얇은 편도 아닌데 이걸 어떻게 잡았지...? 나랑 손 한마디는 더 차이나겠네... 힘도 세더라...
그 남자가 다른 일에 빠져서 날 잊어버리면, 나는 삐져서 남자의 곁에서 떠나고, 이를 뒤늦게 눈치챈 남자는 하던 일 버리고 날 따라오고ㅋㅋ... 서로 다른 상황에서 이걸 여러 번 반복했어.
마지막에는 진짜 화나서 못 쫓아오도록 흔적도 바꾸고 헷갈리게 만들었는데, 그 남자는 정말 한 번에 찾아오더라. 갈림길에서 일부러 내가 가는 쪽과 가지 않는 쪽 모두에 인기척을 만들며 사라졌는데도, 망설이지 않고 내가 있는 쪽으로 왔어.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든 복수(?)하겠다는 마음으로 벤치에 기대앉아 쓰러진 척했어. 처음에 남자는 조금 화내면서 말을 걸어왔는데, 내가 아무 반응도 안 하자 이상함을 감지했는지 어깨를 붙잡고 살짝 흔들었어. 그리고 난 열연을 펼쳤어! 흔드는 대로 흔들리고, 그가 손을 놓으면 그대로 쓰러지고!
그 남자는 정말 불안해하면서 내 이름만 계속 부르며 맥을 짚고, 호흡 체크하고 그러더라. 나는 그가 상처입었다는 걸 알 수 있었어. 그가 얼마 전의 일을 떠올리며 내 영혼이 또다시 빠져나간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도 눈치챘지.
내 영혼은 멀쩡했지만, 이게 다 연기라는 걸 눈치챈다면 남자는 그대로 떠날 게 분명해서, 그냥 일부러 영혼을 반쯤 빼냈어. 연기로 시작했는데 이젠 정말로 위험한 상황에 놓인 거야. 하지만 난 그 남자가 나로 인해 불안해하고 흔들리는 걸 보고 싶었어.
내가 그 남자의 유일한 약점이라는 걸 확인받고 싶었던 것 같아. 아무튼, 남자는 내 영혼까지 확인한 뒤 반쯤 정신을 놓았어. 내 몸을 끌어안은 채 주변을 휙휙 둘러보더라.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내 영혼이 보일 리가 없지.
결국 조금이라도 온기가 느껴지는 곳을 찾겠답시고 팔을 휘젓고 다니더라. 조금 미친 사람 같았어.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내 영혼을 붙잡았어. 물론 내가 얌전히 잡혀준 거지만. 그는 한 손으론 내 몸을 안아들고, 다른 손으론 내 영혼의 허리를 붙잡아 자기 쪽으로 당겼어.
그 상태로 자신의 아지트로 이동하려는 것 같았어. 내 영혼을 다시 몸에 담기 위해서 말이야. 그리고 그는 제멋대로 무언가 거대한 오해를 하기 시작했어. 내가 도망친 것은 영혼이 불안정함을 숨기기 위해서라고 착각했지. 그는 좌절했어.
"내가 너에게 그리도 못 미더운 사람이었어? 네 아픔을 무시할 정도로 내가 너에게 소홀한 사람으로 여겨졌어?" 그 남자는 계속 자책했어. 그리고 간절히 빌었어. "다시는 도망가지 마. 차라리 나에게 화를 내고 원망해. 네가 아픈 건 전부 내 탓이라고 화를 내. 전부 받아줄테니까.“
"도망가지만 마. 나를 네 아픔조차 모르는 사람으로 만들지 마. 네 생사를 모른 채 온세상을 떠돌게 만들지 마. 알잖아, 너는 내 전부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