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환생 속 하얀 여우 신과 인간
오늘 꿈이 되게 재밌었어요~!! 동양풍 현대 판타지였고, 여러 번 환생하며 인간들을 돌보는 하얀 여우 신이랑 여러 번 환생하는데도 반성 안 하는 인간이 나왔어요~ 그런데 이제 주인공은 다른 인간인 꿈~
주인공은 여러 번 환생한 기억을 갖고 있어서 여우 신을 안쓰럽게 여겼어요. 굳이 저런 인간을 바로잡기 위해 힘을 쓰는 걸 이해하지 못하기도 했죠. 그도 그럴 게, 그 인간은 이번 생에 사마귀 요괴의 힘을 빌렸거든요! 상당히 끔찍했죠!
여우 신은 그를 사마귀와 분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실패하고, 그 반동으로 피를 토하며 쓰러졌어요. 작은 여우의 모습으로 돌아간 건 덤이고요. 주인공은 그가 힘을 다 회복할 때까지 보살피기로 했어요. 겸사겸사 여우 신의 지도도 받기로 했죠.
주인공은 저번 생의 경험과 여우 신의 지도를 받아 빠르게 성장했어요. 하지만 같은 또래에서 우등생인 거지, 인류 전체를 놓고 본다면 천재는 아니었죠. 학교에서 1등하는 것은 이전 생에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별 감흥이 없었고요.
주인공은 조금 아쉬움을 느꼈어요. 흔히 기연이라 부르는 것들을 찾아나선다면 더 성장할 수 있으리란 생각에 사로잡혔죠. 그는 여우 신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는 수긍하며 자신이 알고 있는 장소들을 알려주었어요. 주인공의 실력은 일취월장했어요.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문제가 생기고 말았어요. 여우 신은 주인공의 능력에 맞는 장소들을 알려주었지만, 그 중 한 장소는 사마귀 요괴로 인해 변질되었던 거예요. 그곳은 본래 초록빛의 식물 미로였지만, 이젠 검붉은 빛을 띄는 현대식 건물 미로가 되어있었어요. 여우 신과 주인공은 당황했죠.
여우 신은 사과했어요. 어느 생에 사마귀 요괴를 부른 인간에게 이 장소를 알려주었는데, 그가 기억을 되찾을 것을 예측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이죠. 주인공은 조금 화가 났지만, 수긍하며 괜찮다고 말했어요. 어차피 이미 벌어진 일이고, 나쁜 것은 여우 신이 아니라 그 인간이니까요.
주인공은 그 미로에 갇힌 또다른 인간들을 만났어요. 그들은 우연히 이 장소를 발견한 학교 동기들이었죠. 동기들은 주인공에게 의지하려 했고, 주인공은 그들을 통솔하러 했어요. 하지만 같은 학생의 지시는 따르지 않겠다면서 멋대로 행동하는 동기가 생겼고, 그 때문에 모두가 위험에 처하죠.
주인공은 그 동기를 이해하면서도 짜증이 올라왔어요. 조금이라도 더 아는 사람의 조언을 따르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죠. 한숨을 내쉬며, 여우 신에게 어찌 해야 할지 물었어요. 작은 여우는 무언가 답해주려 했지만, 짧게 기침하머 피를 토해냈어요.
그는 앞발로 피를 닦아낸 뒤 빠르게 말했어요. 이곳은 머물기만 해도 혼을 빼앗기는 곳이라고요. 아직 회복이 덜 된 상태이긴 하지만 그들의 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생로를 찾아 문을 열라고 말했죠. 사로의 문은 모두 이질감이 느껴질 것이니, 네 감을 믿어 생로를 찾으라고요.
주인공은 막막해졌어요. 여우 신은 더 답해줄 기력이 없었고, 동기들은 여전히 멋대로 행동하고 있었거든요. 게다가 자신의 감도 믿을 수 없었어요. 아주 위험한 문에서는 불길함과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대부분은 무엇인지 모를 모호한 감각만 느껴졌거든요.
생로는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애매한 사로의 문을 열며 이동했어요. 작은 위험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고, 실제로 어느 정도 통하는 방법이었어요. 하지만 그가 고려하지 못한 것이 있어요. 바로 동기들의 실력이었죠. 그들은 주인공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실력이 없었어요.
동기들은 그 작은 위험조차도 감수하기 버거워했고, 주인공은 그들의 빈틈을 모두 메꿔야 했어요. 계속 상처가 늘어났고, 집중력이 떨어졌죠. 그 결과, 그 또한 빈틈이 생겼어요. 한 요괴가 비집고 들어오기엔 충분한 틈이었죠.
여우 신은 그것을 막을 수 없었고, 아차 싶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태였어요. 주인공은 요괴에게 붙잡혀 위협을 당했어요. 그는 찢어 죽인다는 협박과 함께, 주인공에게 혼을 건 계약을 요구했어요. 주인공은 자신이 안고 있는 여우가 무사한지 곁눈질한 뒤, 요괴의 히멀건 눈을 쳐다보았어요.
그 요괴는 누가 보아도 계약하면 안 될 기운을 풍겼어요. 애당초 요괴와는 계약하면 안 된다고 배워왔기에, 주인공은 계약 없이 이 상황을 타파해야 했어요. 잠시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꼼수를 부렸지만, 요괴는 킬킬 웃으며 당장 결정하라고 독촉했죠. 하는 수 없이 주인공은 요괴를 공격했어요.
요괴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공격을 피했고, 주인공은 그 짧은 시간동안 도망쳤어요. 이제는 동기도 신경쓸 수 없었죠. 그의 머릿속에는 요괴로부터의 도주와 생존만이 가득했어요. 여우 신은 동기들을 보호하던 것을 최소로 낮추고, 주인공의 보호에 온힘을 다했어요.
이제 어지간한 요괴는 주인공을 발견할 수 없었어요. 여우 신은 주인공에게 재차 사과했고, 주인공은 아무 말 없이 작은 여우를 쓰다듬었어요. 그는 너무 지쳐있었어요. 그가 도망치며 생로의 길만 열었다는 것이 그나마 있는 행운이었어요.
주인공은 지친 몸짓으로 문을 열고 계속 이동했어요. 그의 생존본능과 여우 신의 가호가 생로를 알려주고 있었죠. 마침내 주인공은 미로의 마지막 문을 열었고, 미로의 바깥으로 빠져나왔어요. 드디어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미로의 바깥은 주인공이 모르는 장소였어요.
원래 그 미로는 울창한 숲속에 있었는데, 지금 보이는 건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하늘과 바다 위를 떠다니는 섬이었죠. 여우 신은 미로가 변질되며 차원 자체가 뒤틀렸을 것이라 말했어요. 주인공은 집으로 갈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피곤해졌어요.
여우 신과 주인공은 미로에서 조금 떨어진 섬에 정착했어요. 학교에서 배운 대로 임시 거처를 만들고, 식량을 확보했죠. 그들은 주변을 짧게 탐색한 뒤 휴식을 취했어요. 최소한의 방어진만 갖춰놓은 상태로요.
하지만 그들은 몰랐어요. 과거 그 일대는 악신이 다스리던 지역이었으며, 봉인된 악신이 호시탐탐 계약하여 세상으로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날 밤, 주인공은 꿈속에서 악신을 만났어요. 그는 주인공에게 계약해줄 것을 부탁했어요. 요괴와는 달리 협박하지도 위협하지도 않았죠.
그가 악신이라는 것을 눈치챈 주인공은 계약을 거절했지만, 악신은 여전히 그를 위협하지 않았어요. 그저 때가 되면 자신을 부르라며 의미심장한 말만 남겼죠. 꿈에서 깨어난 주인공은 그 사실을 여우 신에게 알리지 않았어요. 그가 걱정하길 바라지 않았고, 생각보다 악신이 온정적이었던 까닭이었죠.
주인공과 여우 신은 열심히 길을 찾았고, 마침내 바다에서 벗어나 한 유적지에 도착했어요. 그곳은 학교와 동일한 대륙에 있었지만, 요괴들이 가득하여 출입이 금지된 유적지였죠. 주인공과 여우 신은 미로에 있을 때보다 더 고생했어요.
그곳은 미로와는 달리 생로가 없었고, 모든 장소에서 위협받았거든요. 처음에는 어떻게든 버텨냈지만, 그들에겐 점차 한계가 찾아왔어요. 특히 주인공에게는 주기적으로 겪는 디버프가 찾아왔고, 생체리듬이 불규칙해짐과 동시에 마법 능력이 불안정해졌어요.
결국 주인공은 악신의 이름을 불렀어요. 여우 신은 경악하며 네가 어찌 그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냐고 물었지만, 주인공은 대답을 회피했어요. 자신이 이름을 불러놓고도 후회하는 중이었거든요. 요괴와의 계약도 금지된 마당에 악신과의 계약이라니! 그 사실이 알려졌다간 자신도 봉인당할 게 뻔했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악신은 찾아오지 않았어요. 주인공은 다행이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그가 나타나 이 요괴들을 해치워주길 바랐어요. 그는 너무 지쳐있었어요. 자신이 완벽한 을이 되었을 때 나타나, 구원인 척하며 계약을 언급할 것이라 예상하면서도, 점차 악신이 찾아오길 바라게 됐죠.
물론 입밖으로 내뱉진 않았어요. 자신도 말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고, 진짜 악신이 나타나 계약을 강요하기라도 한다면 큰일이었거든요. 속으로만 악신을 부르며, 그가 나타나지 않는 것을 욕했어요. 그는 입밖으로 뱉은 말이 아닌 속마음은 계약의 성사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음을 알고 있었어요.
물론 이렇게나 애절하게 그를 부르면 속마음이라 할지라도 계약에 영향을 준다는 건 알고 있어, 경각심을 가진 채 자제하려 했지만요. 주인공과 여우 신은 어떻게든 살아남았어요. 그들은 집으로 돌아왔고, 몇날 며칠을 잠들었어요. 그들에겐 휴식만이 간절했거든요.
하지만 주인공은 뜻대로 푹 쉬진 못했어요. 꿈속에서 또다시 악신과 만난 탓이에요. 부를 땐 안 왔으면서 안 부를 땐 왜 오냐며 따지자, 악신은 그저 자애롭게 웃으며 아직 때가 아니라는 말만 했어요. 또한 자신은 주인공을 을로 만들고 싶지 않으며, 그와의 동등한 관계를 지향한다고 했죠.
주인공은 어이없어졌어요. 악신의 자애로운 미소는 둘째치더라도, 동등한 관계라니. 선한 신들조차도 동등한 관계를 말한 적은 없었어요. 어떤 계약이든 인간이 을이었고, 차이라면 얼마나 을이냐의 차이였죠. 그런 마당에 악신이 동등함을 언급하니 얼마나 어이없겠어요.
주인공은 그를 비꼬고 싶었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진심인 것 같아 입만 달싹이고 말았어요. 자신이 비꼰다 하더라도 그는 또 자애롭게 웃으며 이상한 말을 꺼낼 게 분명해 보였죠. 악신은 그의 마음을 읽은 듯 웃으며, 나중에 보자는 말을 남기고 사라졌어요. 주인공은 드디어 쉴 수 있었죠.
여기서 꿈은 끝났지만, 이후의 스토리는 대충 예상이 가요. 주인공은 사마귀 요괴와 대립하며 위험에 빠지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성장하고, 인류 전체를 봤을 때도 꽤나 대단한 사람이 되었을 때 악신과 계약하겠죠. 여우 신은 악신을 경계하고, 악신은 그저 웃으며 넘기고.
마침내 사마귀 요괴와 계약자가 분리되었을 때, 여우 신은 그를 보살피기 위해 주인공을 떠날 거예요. 주인공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말과 앞으로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남기겠죠. 주인공이 섭섭함을 느낄 때, 악신이 그를 챙겨줄 거예요.
여우 신은 불만스러워 보이면서도, 더이상 자신이 간섭할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에 뭐라 하지 못하겠죠. 여우 신은 떠나고, 악신만이 남아 주인공과 함께할 거예요. 아마 다음 생에도, 그 다음 생에도 계속 함께하겠죠. 둘 모두 현재 생에 대한 기억을 가진 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