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남아있는 세계의 현판
생활한복도 평상복인 세계인데 거기에 판타지가 섞인 현판? 완전 현대의 느낌은 아니고 아직 신분제가 남아있는 그런 세계...??? 기술만 현대이고 제도나 사상 등은 좀 과거였어
왜냐면요? 반동분자들을 잡겠답시고 놀이공원에 쳐들어온 군대를 보았고요? 조사를 목적으로 그 근처에 있던 사람들을 죄다 데려가는 걸 봤고요? 아 물론 저랑 제 동료들은 구체제를 뒤엎으려던 사람이 맞았지만? 일반인을 일렬로 세워 데려가는 걸 보니 넘 짜증이 나는 거에요?
저는 몰락양반의 자제였고 게이트를 닫을 수 있었습니다~ 아 말 안 했구나! 게이트가 열리면 그곳에서 몬스터는 안 나오지만 사람이랑 똑같이 생긴 괴물들이 나오고요? 걔네들이 사람을 더 흉내내며 흡수하기 전에 다 죽여야 하는데요~!! 죽이는 건 쉽지만 게이트를 닫는 게 어려웠다네요!
괴물들을 다 죽여도 게이트를 닫는 건 별개의 문제였고, 게이트를 못 닫으면 괴물은 계속해 생겨나는 그런~ 괴물은 총으로도 죽일 수 있어서 막 헌터협회 같은 건 없었는데요, 게이트를 닫는 건... 그런 능력자는 무조건 잡혀가서 강제로 노동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0^
그래서 잡혀간 능력자들이 많았는데요! 저는 몰락양반의 자제였어서! 어쨌든 양반이었다는 이유로 능력자 검사를 안 받았었어요! 이 검사는 성인이 되는 해에 받는 건데, 전 성인이 된 직후에 몰락해서^^ 검사를 안 받고^0^ 혁명가들한테 가서 힘숨찐으로 활동했어요~!! 몰래몰래 게이트도 닫고~~
암튼 저런 건 배경이고, 꿈의 시작은 놀이공원이에요! 제 동료(라고 쓰고 친구라 부르는 사람)들과 오랜만에 놀러갔는데, 갑자기 사위가 어두워지더니 회전목마를 삼키며 게이트가 만들어진 거에요~ 아참, 그리고 이 놀이공원은 상당히 판타지적이었어요. 놀이공원 중앙에는 아주 거대한 나무가 있었죠
이 나무는 마법의 힘을 가득 담은 나무인데, 우리나라엔 5000그루정도 있었어요. 이건 인구에 따라 나눠지는 것 같더라고요? 인구 만 명당 1그루였던 것 같은데, 이것땜에 나라끼리 분쟁도 벌어지고. 암튼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니까 지나가고!
이 나무는 우리나라엔 상당히 풍부한 축에 속했어요! 왜냐면 우리나란 좁은 지역에 많은 인구가 사니까요!!! 어휴 땅덩어리는 넓은데 인구가 적다고 생각해봐요. 저 나무가 부족해서 마법도 부족하다니까요? 암튼암튼 우리나라는 이 나무 중 하나를 놀이공원 속에 넣었어요.
말이 좀 이상하긴 한데... 음 그러니까 나무 주변에 놀이공원을 만든 거죠! 대부분의 나무 주변엔 연구소가 있고, 헌터 양성 학교가 있으니까.. 이 나무는 예외적인 거였어요. 어느 나라가 미쳤다고 그 중요한 나무에 놀이공원을 세우겠어요?
하지만 자본주의에 환장한 나라에서는 이 나무를 통해 얻을 이익을 계산했고? 어느 유명한 기업에서 정부와 거래하더니 나무 하나를 사왔고? ... 그 기업의 예상대로 나무가 있는 놀이공원은 매우 인기가 많았어요. 다른 덴 안 그런데 여기는 신분에 따라 입장허가를 내줬거든요......
이 나라가 신분제 사회이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그보다는 자본을 중요시했어요. 명목뿐인 신분이었고, 그건 보통 정치할 때나 쓰이는 거였는데...... 이걸... 놀이공원 입장 권한으로 쓰더라고요...? 그런데도 너무 인기가 많았고, 예약제로 운영해야 했죠.
여기서 함정은 예약을 하는 사람만 양반이면 됐다는 거에요ㅎㅎ... 예약하는 주체만 양반이면, 입장하는 사람이 누구든 상관이 없었죠! 정말 쓰잘데기 없이 체면을 세우기 위해서만 신분을 이용하는 사회답죠!!!
그래서 저와 제 동료들은, 제가 몰락하긴 했어도 신분은 양반이었어서, 이 놀이공원에 들어갈 수 있던 거죠! 더럽게 비싼 이용권이라서 돈은 제가 안 내고! 동료들 중 재산이 젤 많은 친구가 내줬어요! 이 친구 중요하니까 기억해두시고~
암튼 놀이공원에서 신나게 노는 중이었어요! 중앙에 있는 나무로 가서 만지기도 하고, 위에 올라가서 나무에서 마법을 느끼기도 하고!!! 아 정말 좋았는데... 그랬는데..... 나무 근처에 있던 회전목마에서 게이트가 나타나서요... 평화가 다 깨졌고 저흰.. 저희는 팔자에도 없던 일을 해야 했죠...
이 놀이공원 자체의 경비원들도 많았지만요... 그 사람들은 게이트 주변을 통제하고 게이트 속에서 나온 괴물들을 죽일 수는 있었지만, 게이트를 닫을 수는 없어서 능력자가 지원 오기를 기다려야 했어요. 그 과정에서 상당한 사람들이 죽었고, 저흰 정체를 들키더라도 일단 게이트를 닫기로 했죠.
저는 게이트를 닫는 것 말고는 큰 능력이 없었지만, 제 동료들은 매우 뛰어난 마법사였어요! 그 누구에게도 안 들키고 게이트로 들어갈 수 있었죠! 게이트 속에서 괴물들을 모두 죽이고, 저는 게이트의 중앙에서 핵을 흡수했어요.
이것도 참고로 하는 말이지만, 그 게이트는 마치 체스판처럼 생겼었어요. 우주에 둥둥 떠다니는 조각난 거대한 체스판... 그 속의 괴물들은 거대한 체스말처럼 생겼었고, 저희를 보며 점차 인간형으로 바뀌기 시작했죠. 완전히 인간형이 되면 귀찮아져서 그 전에 얼른얼른 처리했어요.
동료들이 체스말을 죽이는 동안, 저는 엄호를 받으며 핵에 다가갔고, 보라색 빛의 크리스탈처럼 생긴 것을 매만졌어요. 능력자들의 게이트 닫는 방법은 제각각이었지만, 저는 단순히 만지는 것만으로도 게이트를 닫을 수 있었죠. 무척 편리했지만 들키면 안 되는 거였어요.
보통은 게이트를 닫을 때 핵을 파괴하는데, 저는 흡수하는 거잖아요? 물론 흡수한다고 해서 새로운 능력이 생기진 않았지만.. 흡수한다는 특이점이 중요한 거니까요. 아무튼 각설하고.
핵을 흡수한 뒤 게이트를 닫은 저는 얼른 제 동료들의 뒤로 숨었어요. 마치 '어쩌다가 게이트에 휘말린 일반인'처럼요. 제 동료들은 당당하게 서있었죠. 나라에서는 게이트를 닫는 능력자에게만 강압적이었고, 일반 마법사들에게는 호의적이었거든요.
게다가 제 동료들은 어찌 되었건 마법사로서 등록도 마친 사람들이니까요. 저만 아무 능력도 없는 사람으로 남겨놨던 거고... 그래서 게이트가 사라지며 밖으로 나왔을 때, 동료들은 뻔뻔하게 답했어요.
"어쩌다보니 게이트에 휘말려서, 지원이 올 때까지 기다리며 괴물들을 잡고 있었는데 갑자기 게이트가 닫혔다. 밖에서 게이트를 닫을 수 있는 능럭자가 있는지 의아하던 참이었다.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해달라." 이런 말을 차분히 마법사답게 꺼냈죠.
그래요, 저와 제 동료들은 연기파였어요! 저는 동료들 중 그 돈이 많은 마법사의 뒤에서 오들오들 떠는 일반인 역할이었죠! 지원을 나온 사람들 중 한 군인은 저에게도 질문을 하려고 했는데, 저는 너무 극심한 공포로 인해 눈물을 흘리며 친구 뒤에 붙어있었기 때문에! 아무 질문도 받지 않았어요!!
그 군인들은 자신들이 한 게 아니라며, 저희들 중 게이트 능력자가 있는 게 아니냐고 계속해 물어봤지만! 아무리 봐도 불쌍한 일반인 하나와 게이트 속에서 구르다 나온 마법사 둘 뿐이었죠!!! 바보같은 놈들! 신분제의 폐해가 바로 이거다!!! (아님
그래도 여전히 의심을 지울 수는 없었는지, 마법사들에게 재검사를 요구했죠. 저에게도 재검사를 요청하려고 했지만, 동료들이 거절했어요^^ 내 친구가 지금 무서워하는 게 안 보이냐, 검사를 끝낸 일반인에게 그렇게 강압적으로 굴면 신고하겠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등등..
제가 그 군인이었다면 이런 진상들에게 골머리를 앓으며 스트레스성 위염으로 실려갔겠지만? 이 친구들은 제 동료였으니까요? 무척 든든했어요^0^
물론 저의 재검사를 무마하긴 했지만 의심을 샀으니 한동안 조용히 지내기로 했어요. 제 동료들은 재검사를 즉시 받아야 했는데, 너무 무서워하는 저 때문에 다같이 시설로 갔죠. 저는 계속 오들오들 떠는 연기를 하며, 입고 있는 치마를 꽉 쥐었죠. 아, 저는 생활한복을 입고 있었어요!
정말 맘에 들지 않지만, 신분제가 남아있는 그 사회는 남녀의 의복에 대해 상당한 규제를 하고 있었죠. 서양식 복장은 상관없었지만, 한복을 입을 때는... 여자는 반드시 치마만 입어야 한다는 규제가 있었어요...... 아 맘에 안 들어...... 양갓집 규수에 대한 그 규율들이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더 쉽게 혁명가측에 합류할 수 있긴 했지만...... 그래도 맘에 들지 않았고...... 아무튼 이건 넘어가고! 몰락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양반으로서의 그 지식과 태도 등은 연기할 수 있었어요! 불과 1년 전의 내가 끝없이 혼나며 연기한 거였으니까!!
20년의 세월동안 양반으로 살며 습득한 그 연기력은 유일하게 도움이 되던 거였어요... 아무튼 그 연기를 펼치며 고아하고 단아한 아가씨로 남아야 했죠. 최소한 밖에서만은 몰락했어도 우아한 아가씨쯤으로 남아야 했어요. 그래야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그 연기는 방금의 상황에서도 도움이 됐죠. 저의 재검사를 넘기기도 했고,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시설 속 검사실까지 들어왔으니까요. 물론 거기엔 양반이었다는 게 상당수 작용했겠지만... 몰락했어도 양반은 양반이구나 하는 생각을 모두에게 심어주는 건 연기의 역할이니까요^^
여기서 짚고 넘어갈 건 신분제인데... 양반이라는 특수계급이 있고, 나머지는 다 평민이에요. 이 계급은 일부 권한의 허가에서만 나뉘는 것이지만, 아직은 사람들에게 있어 양반은 윗사람이고요.
몰락양반은 법적으론 평민에 속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양반으로 취급했어요. 그러니까 음 사실상 정치계에서나 평민 취급을 받는 계층인 거죠. 기업들은 돈만 벌면 상관없어서, 몰락양반도 구매할 능력만 된다면 양반 취급을 해주고요.
법적으로 평민이지만 여전히 양반으로서의 태도를 갖추고 있고, 그 주변인이 돈이 많을 경우에도 양반 취급을 해줬어요. 그래서 저도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들어갔고요. 되게 모순적이지만 사람들은 언제나 자기 맘대로 해석하잖아요? 그러니 저는 양반과 평민 모두가 될 수 있던 거죠.
몰락양반은 경우가 다양했는데...... 대부분은 양반으로서의 세금을 낼 수 없을 때 몰락 신청을 하게 돼요. 이 자본주의 사회에선 양반들에게 권한을 주는 대신 양반세를 받았거든요ㅎㅎ... 넘 멋졌고... 그래서 저희 집안은 세금을 못 내서 평민이 되었죠^0^
하지만 그건 집안의 일이지, 제 일이 아니잖아요? 집안이 몰락했어도 개인에게 충분한 자본이 있다면, 집안은 몰락양반이지만 개인은 양반의 신분을 회복할 수 있는 체제였어요. 물론 전 굳이 회복하지 않았지만, 언제든 회복할 수 있었으니 양반 취급을 더 자주 받았죠.
넘 웃기지 않나요? 양반에게는 원래 가문이 중요했을텐데, 이 사회에선 돈이 더 중요한 거에요. 가문이고 뭐고 개인에게 돈이 있다면 상관없는 거죠. 국가에선 양반세를 더 받는 게 이득이니, 그 개인을 양반으로 회복해주는 것을 오히려 환영하는 추세였고요. 이 애매한 신분제가 넘 웃기단 말이죠?
아무튼 저와 제 동료들은 이 이상한 사회를 바꾸려고 하는 사람들이었고, 최소한 신분제만은 완전히 없애길 바라는 사람이었어요. 너무 입장이 애매해지거든요. 그리고 더 나아가 능력자의 대우를 높이는 것도 이루고자 했죠.
배경 설명이 넘 길어졌는데.. 빨리 스토리로 돌아와보자면요, 제 동료들은 재검사를 받았지만 그 누구도 능력자로 각성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왔고, 그렇게 그 시설에서 나올 수 있었어요. 물론 그로써 저에 대한 의심이 커진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죠.
본부로 돌아가서 회의를 했고, 돈이 아깝긴 하지만 제 신분을 양반으로 회복하기로 했어요. 몰락양반일 때 재검사를 하라는 명령이 내려오면, 그때는 속절없이 끌려가야 했으니까요. 그렇게 많은 돈을 내서 저는 양반으로 돌아갔고, 앞으로의 양반세는 돈 많은 마법사 친구가 내주기로 했어요.
네, 기억해두라고 했던 그 마법사 친구요! 놀이공원 입장료를 내고, 게이트 속에서 엄호해주고, 게이트에서 나왔을 때는 제 앞을 지켜줬던 그 친구요!!! 그 친구가 이젠 제 세금까지 내주게 됐습니다!! 너무 의존하는 것 같지만, 아무 능력도 없는 저로선 어쩔 수 없었죠.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