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메모

외계 행성의 계약자

989자

오랜만에 꿈이 생생했어. 어느 날 우리 세계에 외계 종족이 찾아오고, 많은 인간이 반강제로 납치되는 꿈이었어. 나는 외계인 중 한 명과 비밀연애를 하고 있었고, 나와 내 지인들이 외계 행성으로 끌려가던 날, 우릴 인도한 사람은 나랑 연애하는 그 외계인이었어. 다른 외계인들은 지구인을 폭력적으로 인도하는 일이 잦았지만, 내 연인은 그러지 않았어. 적당히 무관심한 태도로 공적인 업무를 수행한다는 느낌이 강했지. 그리고 몰래몰래 날 챙겨주는 다정한 모습도 보였어.

 

외계 행성에 도착해서 면접을 볼 때도 내 연인의 입김이 닿은 건지 상당히 친절한 사람들이 직원이었어. 나는 약간의 차별을 받긴 했지만, 인터넷에 떠돌던 면접썰들에 비하면 매우 상냥한 대우를 받았지. 물론 찝찝하긴 했어. 그것도 차별은 차별이고, 내 대우가 연인에게 달려있다는 게 불만스러웠지.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

 

그렇게 외계 행성에서의 몇 주가 지나고, 그 행성의 계약자를 뽑는 날이 다가왔어. 그곳에서는 매달 행성의 보호막을 유지하기 위한 계약자를 뽑았는데, 그 계약자는 자기네 행성인이 아니어야 했어. 그래서 지구인을 데려온 거였고. 매달 데려온 지구인들을 대상으로 어떤 시험을 했고, 그 시험을 통해 계약자가 걸러졌어.

 

보통은 그 행성인이 지구인에게 약간의 힘을 넘겨주는 걸로 시험했는데, 어째서인지 나에겐 키스를 하더라. 내가 그 행성 사람과 연인 관계라는 걸 알고 있던 걸까. 그리고 난 키스로 받은 힘으로 행성의 보호막을 가시화했어. 전례 없는 계약자의 탄생이었지. 보통은 보호막을 미약하게 강화하는 정도였지, 눈에 뚜렷이 보일 정도로 강화하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그렇게 난 유명인이 됐고, 연인과의 관계도 인정받았어. 그렇게라도 이 행성에 묶어두면 이득이라며, 오히려 더 많은 행성인을 연인으로 삼으라는 제안도 받았지. 그날 나에게 키스했던 그 행성인도 열렬히 대쉬했어. 무뚝뚝하지만 다정한 연인과 대놓고 능글맞은 뉴페이스... 이후 꿈 내용도 궁금했는데 잠이 깨버려서 아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