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버린 천재의 방랑과 환각
오늘은... 꿈에서 조현병을 체험하고 왔어요...... 대환장... 일단 판타지 세계관이었고, 주인공은 능력이 뛰어난 평민이었습니다... 그를 시기하던 귀족들은 그가 어릴 때부터 온갖 가스라이팅과 학대를 저질러왔고, 주인공은 그에 수긍하며 살았어요.
주인공이 성인이 된 날, 그를 키워주던 (그러나 온갖 학대를 해온) 귀족 양부모는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약혼을 결정했어요. 그는 팔려가듯 시집을 가야 했고, 점차 미쳐가기 시작했어요. 물론 스스로는 이를 깨닫지 못했죠.
그는 어릴 적부터 의지하고 따르던 남자 하나가 있었어요. 그 남자는 귀족이었고, 주인공과 불과 2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죠. 다른 귀족들이 주인공을 무시하고 짓밟았다면, 그는 주인공을 살살 달래가며 정신적으로 복종시키려는 사람이었어요. 성인이 된 주인공은 그의 말을 목숨처럼 따르게 됐죠.
그는 말했어요.
"나는 사실 멸종했다고 알려진 새 수인 일족이야. 하늘을 자유로이 누빌 수 있지. 네가 원한다면, 저 창밖으로 너를 꺼내줄 수 있어. 함께 날아보지 않을래?"
주인공은 그의 말을 믿었어요. 그는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그의 말에 따라, 주인공은 창문을 열고 바닥을 내려다본 뒤 뛰어내렸어요.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의 말은 온통 거짓이었고, 주인공은 자신을 비웃는 남자의 표정을 보며 추락했어요. 추락하는 주인공에게 이런 소리가 들려왔어요.
"저 아이는 대체 뭘 보고 대화한 거지?"
"미친 게죠, 쯧쯧."
주인공은 자신이 미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그들은 자신을 학대해 왔다는 사실도요. 그렇지 않고서야 추락하는 자신을 돕지도 않고, 저런 태평한 소리나 지껄일리가 없었죠. 다행인지 불행인지 주인공은 죽지 않았어요.
그가 떨어진 곳은 항구 옆의 깊은 바다였고, 그는 살아남겠다는 욕망으로 열심히 헤엄쳐 항구에 도달했어요.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벗어난 것은 기적이었지만, 그는 얼어붙어가는 신체를 막을 방도가 없었어요. 이대로 죽는 것인가 싶을 때, 주변의 배경이 일그러졌어요.
그리고 평범한 항구였던 배경은 괴상한 놀이기구로 가득찬 항구가 되었죠. 주인공은 당황하지 않았어요. 이 또한 자신이 미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됐죠. 자신은 미쳤으니까, 뭘 보고 듣든 다 이상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항구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요. 괴상한 생명체도 많았죠. 얼굴이 그려진 풍선이 말을 걸어온다던지, 회전목마의 말이 입이 찢어진 채 켈켈 웃는다던지. 다른 사람들은 그것들이 안 보이는 것 같았어요. 오직 주인공 자신만이 보는 풍경이었죠.
주인공은 생각했어요.
'환각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겠구나. 이것도 저것도 전부 진짜 같으니. 저 풍선이 실제로는 사람일 수도 있고, 저 사람이 실제로는 허상일 수도 있지 않은가. 진실과 거짓을 어찌 구분할까. ...하지만 구분할 필요가 있나? 나에게 해를 입히는 것들만 처리하면 될 것을.'
주인공은 그렇게 세상을 떠돌았어요. 자신을 해치려드는 (아마 실제로는 산적이었을) 좀비 떼라던지, 거대한 입을 벌린 채 걸어오는 (지상의 야생동물 중 하나였을) 상어라던지. 여러 이상한 것들을 죽이면서 말이에요.
같은 시점, 어떤 노인은 그런 주인공의 소식을 들었어요.
'마탑을 차지할 만한 인재가 나왔다. 허나 그는 미쳐버렸고, 모든 것을 파괴하고 다니는 인재이다.'
노인은 죄책감에 휩싸였어요. 사실 그는 주인공이 어릴 적, 귀족들과 함께 그를 가르쳤던 스승이거든요.
약 10년 전, 노인은 한 귀족 자제를 가르쳤어요. 그는 영특했고, 가르치는 재미가 있는 편이었죠. 그를 가르치던 도중, 창밖으로 이 방을 올려다보는 꼬마 아이가 보였어요. 그는 어릴 적의 주인공이었죠. 노인은 수업을 마친 뒤, 그 꼬마에게 몇 가지를 물어보았고, 그가 영재임을 알게 되었죠.
노인은 귀족 부모에게 그 꼬마에 대해 물었어요. 신경쓸 것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노인은 꼬마를 가르치고 싶었어요. 결국 귀족들 몰래 그를 가르치기로 했죠. 꼬마는 영특한 귀족 자제보다도 더욱 뛰어났어요.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배우는 학생이었죠.
노인은 그가 세상을 바꾸리라고 확신했어요. 혁명에 가까운 발전을 가져오리라고요. 하지만 그런 가르침도 얼마 지나지 않아 멈춰야 했어요. 귀족들이 그 가르침을 눈치챘기 때문에요. 노인은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이유로 쫓겨났고, 꼬마는 더 많은 학대를 받게 되었어요.
꼬마는 세뇌당하듯 살았고, 자신의 능력을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 뛰어난 마법은 허접한 재주로, 높은 지능은 재수없는 것으로 둔갑했죠. 꼬마는 그렇게 살아왔어요.
이를 알게 된 노인은 귀족에게서 꼬마를 데려오려 했지만 실패했어요. 어떤 귀족 자제가 꼬마에게 집착한다는 이유로요. 노인은 그 자제를 만나고자 했고, 그 자제가 꼬마를 친절히 대하는 것을 목격했어요. 저 자제라면 꼬마를 맡겨도 될 것이라, 그리 착각했죠.
그가 꼬마를 더 망쳐놓을지도 모르고 말이에요. 성인이 된 주인공을 뛰어내리게 한 장본인이 될 것임을 모르고서, 노인은 안심하며 돌아갔어요. 주인공이 미쳤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그들을 찾아갔죠.
"나는 이러려고 그 아이를 맡긴 게 아닙니다! 나는 당신들이, 아니, 최소한 당신만큼은 아이를 지켜줄 줄 알았습니다."
이제는 번듯한 신사가 된 귀족 자제는 그를 비웃었어요. 추락하던 주인공을 볼 때와 똑같은 표정으로요.
"그리 말할 자격이 있습니까? 당신은 그저 방관자에 불과한 것을."
노인은 절망했어요. 그가 한 말 중 틀린 말은 없었어요. 노인은 어린 날의 주인공을 위한다고 했지만, 사실 실제로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죠. 주인공의 실력을 키워준답시고 행한 것들은 다른 이들의 학대로 돌아갔고, 주인공에게 친절히 대하는 자제를 찾았다며 안심한 것도 역시 불행의 시작이었죠.
노인이 절망하는 와중에도 주인공의 방랑은 계속되었어요. 본래 살던 곳과는 멀리 떨어진 마탑까지 걸어가고 있었죠. 주인공이 의도한 바는 아니었고, 그저 운명에 따라 끌려가는 것에 불과했어요. 기실 주인공은 아무 생각이 없었죠. 그저 환각에 취해 선인을 죽이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었어요.
꿈은 여기에서 끝났는데... 일어난 직후에 조금 감탄스러웠던 건, 주인공 시점과 노인 시점이 분리되어 있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어 '주인공은 어릴 적부터 미쳐있었고, 없는 사람을 만들어내어 그에게 의존하다가 스스로 뛰어내렸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죠.
나중에는 노인 시점으로 진행되어 '사실 그 사람은 실존하는 인물이고, 그가 모든 것을 계획했으며, 주인공을 미치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것을 알게 했잖아요. 꿈의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들어맞는다고요. 그저 개꿈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을 서술한 것처럼 생생하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