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이제 다시 믿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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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겨울, 부모님께서는 봄날의 이야기를 해주셨다. 따스한 햇볕 아래 푸르게 펼쳐진 들판을, 세상에 움튼 새 생명들을 노래하셨다. 어린 날의 나는 그 풍경을 상상하며 자랐고, 봄을 꿈꾸며 성장했다.

 

그러나 떠나지 않는 추위에 부모님은 떠나셨고, 이 눈밭 위에 나 홀로 검었다. 나는 봄이 환상에 불과함을 깨달았고, 다 죽은 나무를 꺾어 불씨를 틔웠다. 새빨간 그것에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해가 몇 번이나 뜨고 진 것인지 모를 무렵, 나는 무언가의 입김을 느꼈다. 그것은 바스러질 듯 하얗고 가냘픈 생명이었다. 그것은 나를 물거나 할퀴기도 했지만, 때로는 축축한 혀로 핥아대거나 마주 앉아 낑낑거리기도 했다. 나는 그것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또 다시 하루, 이틀... 가냘프던 그것은 장성해 나보다도 큰 몸집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나를 등에 태우더니 머나먼 곳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동이 트는 머나먼 곳으로. 하얗던 땅이 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살을 애던 공기가 미지근해지기 시작했다. 어디서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였다. 잊어버린 부모님의 이야기를, 노래를, 온기를 떠올린 것은. 나는 이제 다시 믿어보기로 했다. 그것과 함께 봄날을 꿈꾸기로 했다. 우리는 같은 믿음 아래 살아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