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죽음을 택하지 않으리란 걸 알기에

260자

우울감을 느끼지도 못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느낌이 아니다. 벼랑에서 추락하던 중 튀어나온 돌덩이를 붙잡고 버텨내려 했지만, 그것조차 무너져 추락하길 반복하는 느낌이다. 한계였다고 믿은 지점은 한계가 아니었고, 사람은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예전엔 죽음을 택할 것을 걱정했는데, 이젠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 않으리란 걸 확신하고 있어서 괴롭다. 책임질 게 사라지지 않는 한 못 죽을 걸 알아서, 그렇게 계속 버텨내려 할 나를 알아서 괴롭다.